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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사업운영

회사를 팔 때 인정받지 못하는 것 : M&A 기초

by 반포한강공원 2025. 8. 13.

M&A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수자는 가격을 한 푼이라도 더 깎으려고 하고,

판매자는 가격을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한다."

 

정해진 룰은 없으나 대부분 다음과 같은 패턴이 나타난다.

인수자는 대부분 전문 투자회사들이고 판매자는 회사 CEO다.

투자회사들이 구매자를 대신해서 사준다.

협상력의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1. 시스템, 기능

"네이버나 다음이 따라하면 어떻게 되요?"

"슈퍼 개발자가 있으면 따라잡힐 수 있는거 아닌가요?"

이 질문에 NO 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돈을 들이면 누군가 똑같이 따라할 수 있다?

그러면 제값을 못받는다.

확보한 시장을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못따라하는 소스코드란 없다.

그래서 대부분 자산을 인정받지 못한다.

물론 갖은 논리로 방어할 수는 있다.

하지만, 논리를 짜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다.

 

2. 엔진 소스

얼굴인식 엔진, 물리 엔진 등.

꽤 복잡한 수학공식에 의해 만들어진 엔진 코드들이 있다.

누군가 따라 하기 힘드니 가격을 꽤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특허도 같이 있어야 한다.

확보된 시장을 지키는 "배리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억대 보상을 기대하긴 힘들다.

희소한 확률로 슈퍼기업에게 따라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단, 돈으로 메꿀 수 없는 시간 간극이 크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AI 학습은 꽤 많은 장비와 오랜 시간의 학습이 필요하다.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힘든 거다.

이 경우 선두는 오랜기간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된다.

인수자는 이걸 사고 싶어 한다.

 

3. 데이터

가격이 높은 게 있다.

바로 데이터이다.

데이터를 생산해내는 고객이 살아 있으면 더욱 좋다.

 

데이터가 힘을 가지는 이유는, 재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쇼핑몰 데이터는, 그 때 그 시점에 그 사람이어야 남길 수 있는 독특한 고유의 상황이 있다.

이건 재현 불가능하다.

 

반면, 이 데이터는 광고를 하거나 고객을 분석할 때 매우 유용한 재료가 된다.

즉, 어떤 기업들에게 데이터는 돈을 벌 수 있는 무궁무진한 재료가 된다.

 

이게 그 기업의 인수가치를 결정한다.

 

4. 회원 DB

회원 DB는 회사의 인수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물론 메일링리스트 같이 죽어 있는 데이터는 큰 돈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쇼핑몰 구매자, SNS 유저 같은 경우는 큰 돈을 받을 수 있다.

계속해서 데이터를 생산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활동하는 "회원"이 회사 인수가를 높이는 주요한 이유는,

이 회원들이 대부분 지불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이 어떤 활동을 계속 한다면, 필요한 제품을 보여주기만 해도 구매로 이어진다.

즉, 회원 DB가 돈이 되는거다.

 

MAU(Monthly Active User)는 단순한 접속 케이스만을 일컫지 않는다.

지불능력과의 연결력이 높다면, 훨씬 더 높게 인수가를 제시할 수 있다.

 

5. 회사 보유금

회사 통장에 50억원 정도의 현금이 있다.

이 경우는 인수가에 그대로 포함된다.

물론 조금 깍아주기도 한다.

하지만, 현금은 1:1로 보상되는 수치다.

 

6. 콘텐츠

음원, 콘텐츠 등 권리관계, 계약관계가 있다면, 잔존가치를 측정한다.

100원어치 계약 중, 10원 어치는 이미 썼고, 90원 어치가 남아 있음을 측정하는거다.

물론 수학공식처럼 계산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대한 감성적으로 수치를 맞춰본다.

 

7. 가치 있는 것

인수금액을 책정하는 기준이 잘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기준은 바로 "시간"이다.

 

"시간"은 후발 주자가 돈을 들여도 따라 잡을 수 없다.

예를 들어 IMF때 주식시장의 움직임.

이런 건 돈이 된다 하더라도 다시 얻어낼 수 없다.

IMF를 일부러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돈"과 "시간"을 들여도 따라 잡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바로 "고인물 회원들".

고가 자전거를 타는 40대 회원들.

이런 건 지금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도 쉽게 얻을 수 없다.

10년 전 로드 자전거 붐이 불 때 유입된 사람들이고,

네이버 카페에 정을 붙여서 굳이 옮겨 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건 시간이 흐르면서 스토리가 쌓여서 만들어진 자산들이다.

 

이런 건 인수자들이 높은 값을 주고서라도 산다.

다른 곳에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8. 얼마에 인수할까?

인수 회사가 만들어낼 수 있는 돈의 크기에 비례한다.

예를 들어 "언더아머"가 2015년 "엔도몬도"라는 회사와 "마이피트니스팔"을

각각 8,500만 달러, 4.75억 달러에 인수를 한다.

 

8,500만 달러면 1,000억원 정도 된다.

엔도몬도는 달리기, 자전거 기록관리 앱이다.

당시 회원수 2천만명이었다.

회원 1명당 5천원 정도의 금액을 지불한 셈이다.

 

언더아머는 이 회원들에게 이메일 마케팅을 했다.

아마 1명당 5천원 이상의 돈을 벌었을 것이다.

이미 글로벌 유통망을 가지고 있었고, 당시 글로벌 매출이 4조 6천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즉, 인수 회사가 느끼는 가치에 따라서 인수가격은 달라지게 된다.

 

9. 무엇을 만들 것인가?

생각보다 많은 CEO가 자신만의 알고리즘, 복잡한 엔진에 집착한다.

남들이 따라올 수 없을 거라 여기면서.

그리고 독창적일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

독창적인 건 대부분 따라잡힌다.

복잡한 알고리즘, 엔진은 시간이 걸릴 뿐 격파당할 수 있는 방패다.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건, 시간이 새겨진 데이터다.

후발 주자가 들어와도 따라 잡을 수 없는 격차를 무엇이 만들어내는지 집중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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